현대 축구의 전술은 더욱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가고 있습니다. 오버래핑에 집중하던 풀백들이 안으로 좁히는 움직임을 갖기도 하고, 3-2-4-1, 3-3-3-1 같은 비교적 생소한 포메이션도 볼 수 있으며, 경기 내내 하나의 포메이션이 아닌 여러 개의 다양한 포메이션이 구현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현대 축구의 복잡한 움직임과 트렌드를 모두 설명해 줄 수 있는 개념, 포지션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포지션 플레이란?
포지션 플레이란 쉽게 말해서, 선수들이 경기 내내 유리한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상대보다 우위를 갖는 전술적 개념입니다. 이 개념의 창시자 펩 과르디올라는 경기 중 어느 한 구역에서 상대보다 수적으로 한 명을 더 많게 하여 자유로운 한 명(프리맨)이 만들어진다면 상대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4-2, 4-3-3 등 경기 전 설정한 포메이션 틀 안에서 선수들이 움직였던 이전의 방식과 달리, 펩은 선수들이 자신의 포지션에 구속받지 않고 볼의 위치, 동료의 위치, 상대의 위치에 따라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공간으로 수시로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공간의 재구성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펩은 공간을 세분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18개의 공간으로 나누던 경기장을 펩은 24개의 공간으로 더 세밀하게 나눴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실질적으로 볼을 받고 플레이하는 15개의 포지션을 뒀습니다. 일반적인 개념에서 포지션은 ‘역할’을 말하지만 포지션 플레이에서 말하는 포지션은 ‘공간’을 말합니다. 가령, 일반적인 개념에서 3번 선수는 레프트백 역할을 맡은 선수로 좌측면 수비와 오버래핑이라는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포지션 플레이에서 3번 선수는 수비 시에는 lateral izquierdo의 공간을 점유하고 공격 시에는 7번 선수가 interior의 공간을 점유할 때 extremo izquierdo의 공간을 점유하는 선수입니다. 펩은 이렇게 세분화시킨 공간을 경기 중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넘나들도록 했습니다.
적용 : 대형의 변화
그리고 이렇게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공간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대형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4-3-3 포메이션에서 medio centro에 위치한 6번 선수가 libero로 내려서며 스리백을 형성하고 2번, 3번 선수는 extremo로 올라서면 7번, 11번 선수는 interior로 좁히고 8번이나 10번 선수는 medio centro나 mediopunta로 이동하면서 3-2-4-1 혹은 3-3-3-1으로 대형이 변합니다. 부스케츠, 사비 알론소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센터백 사이로 내리며 스리백을 형성하는 라볼피아나가 만들어지는 원리입니다.
다음으로 lateral에 위치한 3번 선수가 medio centro로 좁히고 2번 선수는 defensa로 좁히면서 후방에는 스리백, 중원에는 투볼란치가 형성되며 8번, 10번 선수는 interior에 7번, 11번은 extremo에, 9번은 delantero에 위치하며 3-2-4-1 대형을 만들어냅니다. 진첸코, 칸셀루 같은 풀백을 안으로 좁히는 인버티드 풀백을 활용한 전술입니다. 레프트백 델프가 중원으로 좁히고 라이트백 워커는 후방에서 밸런스를 잡으며 후방에는 스리백이 만들어지고 중원에는 투볼란치가 형성되며 전방에는 다섯 명의 공격수가 배치되면서 레프트백 델프가 인버티드 풀백으로 활용되는 3-2-4-1 대형이 형성됩니다.
이번에는 4번 선수가 media centro로 올라서면 2번, 3번 선수가 defensa로 좁히면서 후방에는 스리백, 중원에는 투볼란치가 형성되며 이번에도 8번, 10번은 interior 7번, 11번은 extremo, 9번은 delantero에 위치하며 3-2-4-1 대형을 형성합니다. 최근 맨시티에서 센터백 존 스톤스를 공격 시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소위 말하는 인버티드 센터백을 활용한 전술입니다.
이런 식으로 선수들은 포지션 플레이를 통해 경기 중 유기적으로 공간을 넘나들며 여러 가지 새로운 대형을 만들어냅니다.
효과 : 우위 (Superiority)
이렇게 선수들이 공간을 넘나들고 새로운 대형을 형성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상대보다 우위를 갖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우위는 수적 우위, 질적 우위, 위치적 우위를 말합니다.
먼저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에 상관없이 유기적으로 공간을 넘나들면서 특정 구역에서 펩이 원하던 수적 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리면서 스리백을 만드는 라볼피아나는 이렇게 후방, 중원, 전방, 사이드 각각의 특정 구역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어내기 용이했습니다. 펩의 선수들은 이러한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의 압박을 풀어내고 볼을 점유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또한 폭을 넓게 벌린 대형을 활용해 상대를 한쪽으로 몰아넣고 반대쪽 넓은 공간에 메시, 리베리, 로벤, 사네 등 우리 팀에서 가장 빠르거나 기술이 좋은 우수한 선수를 배치시켜 이 에이스 선수가 넓은 공간에서 상대와 일대일로 붙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질적 우위를 통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펩의 선수들은 수적 우위와 질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볼의 위치, 동료의 위치, 상대의 위치에 따라 수시로 움직이며 위치적 우위를 점했습니다.
이러한 수적 우위, 질적 우위, 위치적 우위는 포지션 플레이의 3가지 원칙으로 분류됩니다.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전방에서 볼을 잃더라도 적절하게 유지된 선수들의 간격으로 인해 높은 위치에서 즉각적인 압박을 통해 볼을 재탈취하는 데 유리했으며, 크로스 공격 시에도 볼이 잘리더라도 세컨볼을 따내는 데 유리했습니다.
펩은 이렇게 상대보다 우위를 갖는 포지셔닝을 통해 경기 내내 지속적인 볼점유와 높은 위치에서의 재압박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경기를 주도하고 상대를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현대축구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전술을 파생시킨 포지션 플레이는 유럽의 명장들을 거쳐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이제는 수많은 지도자들 혹은 유소년 레벨에서부터 이 철학을 공유하는 현대축구의 전술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포지션 플레이에 대해 이해하여 현대 축구를 더욱 쉽고 깊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영상 : https://youtu.be/LvHxAH0rv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