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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티드 풀백 개념 : 풀백이 안으로 좁히는 이유

엘미하 2023. 11. 30. 18:00

안녕하세요 엘미하FC입니다. 현대축구에서 풀백은 핵심적인 포지션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오버래핑을 통해 사이드 높은 지역으로 넓게 돌아뛰며 공격에 가담하던 풀백들이 근래에는 안쪽으로 좁히면서 중원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이렇게 안으로 좁히는 풀백, 인버티드 풀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원리 : 포지션 플레이

펩은 바르셀로나 시절, 경기장의 공간을 세분화하고 선수들이 경기 내내 유리한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상대보다 수적인 우위를 만들어내는 포지션플레이를 고안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센터백 사이로 내리면서 3-2 빌드업 대형을 형성했고, 풀백들을 높게 올리면서 각 지역별로 수적 우위를 점하는 전술로 모두가 알다시피 유럽을 제패했습니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에 입성한 펩은 변화를 주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내리지 않고 그대로 두고, 풀백을 중원으로 좁히면서 3-2 빌드업 대형을 형성합니다. 미드필더들은 높은 지역으로 올라서고 윙어들을 넓게 벌려 서면서, 방법은 다르지만 비슷한 대형을 만들어내며 수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공격 진영에서는 양쪽 풀백 모두를 중원으로 좁혀 2-3-5 대형을 형성하며, 풀백들은 이제 사이드가 아닌 중원에서 활약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포지션 플레이를 활용하여 풀백을 중원으로 좁힌 인버티드 풀백 전술은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풀백을 안으로 좁히는 이유와 그 효과는 무엇인지 상세하게 파헤쳐보겠습니다.

빌드업 시 한쪽 풀백을 인버티드 풀백으로 활용 / 공격 진영에서 양쪽 풀백을 인버티드 풀백으로 활용

 

 

 

1. 역습 대비

바이에른 뮌헨으로 넘어온 펩은 바르셀로나 시절과 비슷한 전술을 시도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바르샤에서는 소위 ‘세 얼간이’로 불리는 미드필더들을 필두로 절대적인 볼소유를 유지했지만, 뮌헨에서는 라리가와는 다른 피지컬을 앞세운 상대들에게 볼을 잘리고 역습을 당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펩이 고민 끝에 고안해낸 것이 바로 풀백을 중원으로 좁히는 것이었습니다.

 

풀백은 이제 공격 시 높게 올라서서 공격에 가담하는 게 아니라 중원으로 좁혀서 박스 밖을 지키게 됐습니다. 이전의 전형에서는 공격 시 주로 센터백들과 미드필더들이 박스 밖을 지키고 있다면, 새로운 전형에서는 포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박스 밖에서 버티고 있으면서 후방의 수비력이 강화됐습니다. 특히, 비교적 스피드가 빠른 포지션인 풀백들이 박스 밖에서 대기하면서 발 빠른 상대 공격수들의 역습을 저지하는 데 용이했습니다.

 

풀백이 높게 올라선 이전의 대형 / 풀백이 박스 밖에서 역습을 대비하는 현재 대형

 

2. 중원 수적 우위

풀백들이 안으로 좁혀 중원에 가담하면서 중원에서 수적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빌드업 상황을 보면, 풀백이 한명만 중원으로 좁히면서 3-2 빌드업 대형을 형성하여 후방과 중원에서 수적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양 쪽 풀백 모두 중원으로 좁히면서 2-3 빌드업 대형을 형성하여 중원에 극단적으로 많은 숫자를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뮌헨 시절에는 람, 알라바, 키미히, 맨시티에서는 칸셀루, 진첸코, 델프 등 측면과 중원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을 인버티드 풀백으로 적극 활용하며 중원을 장악했습니다. 펩은 처음에 풀백을 안으로 좁힌 이유는 역습 대비였지만, 현재는 오히려 중원에서의 수적 우위를 늘리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3-2 빌드업 대형으로 후방과 중원에서 수적 우위 / 2-3 빌드업 대형을 중원 수적 우위

 

3. 공격자원들이 공격에 집중

이전에는 윙어가 안으로 좁히고 풀백이 높게 올라서면서 사이드에서 드리블, 크로스 등의 공격을 풀백이 많이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풀백이 안으로 좁히게 되면서, 윙어는 벌려 서며 풀백이 점유하던 사이드 공간을 점유하게 됐고, 이로 인해 수비수인 풀백보다 비교적 공격적인 능력이 우월한 윙어가 사이드에서의 공격력을 증가시켰습니다. 또한 공격 시 비교적 밸런스를 지켜야 하는 풀백들에 비해 윙어들은 보다 사이드 깊은 지역에서 더 위협적인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고, 또 윙어들이 높은 지역에서 폭을 넓게 벌리면서 경기장을 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상대를 한쪽으로 몰아넣고 반대편 윙어에게 볼을 빠르게 전환시켜 로벤, 리베리, 마레즈, 사네같이 드리블이 능한 윙어의 일대일 돌파 상황을 만들어내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 (의도적 고립) 전술을 통해 포지션 플레이의 목적 중 하나인 질적 우위를 실현시키며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사이드에서 풀백에 비해 높은 지역에서 공격하는 윙어 / 사이드 높은 지역에서 윙어가 폭을 벌려 경기장을 넓게 활용

 

 

윙어뿐만 아니라 미드필더들도 더욱 공격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요. 기존의 전형에서는 사비와 이니에스타 같은 미드필더들이 중원으로 내려와 경기를 푸는데 집중했지만, 풀백들이 중원으로 좁히며 이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데브라이너, 귄도안, 뮐러, 티아고 같은 미드필더들은 보다 앞선으로 올라서 공격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미드필더들은 2선에서 보다 공격적인 침투패스를 시도하거나, 윙어들이 폭을 넓히면서 상대 수비 간격을 벌려놓으면 하프스페이스로 침투를 시도해 컷백을 시도하는 등 보다 직접적으로 득점에 관여할 수 있었습니다.

풀백의 중원 가담으로 미드필더들은 공격에 집중 / 하프스페이스 침투와 컷백 등으로 득점에 관여하는 미드필더

 

 

4. 풀백의 체력 부담 감소

이전의 전형에서 풀백들은 오버래핑을 통해 높은 위치까지 올라서서 공격에 가담하고, 수비로 전환되면 다시 낮은 위치로 빠르게 내리면서 타 포지션에 비해 동선이 길고 이로 인해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하지만 풀백을 안으로 좁힌 전형에서는 공격 시에는 박스 밖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수비 시에는 자연스럽게 사이드로 내려서면서 동선 자체가 짧아져 체력적 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테노글루의 토트넘처럼 안으로 좁힌 풀백들이 언더래핑을 통해 적극적으로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하는 팀들도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모든 팀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효율적으로 바뀐 풀백의 동선

 

5. 가두고 패기 유리

풀백을 중원으로 좁히고, 윙어를 높은 위치에서 넓게 벌린 2-3-5 대형은 자기 진영에서 로우-블록을 쌓은 상대를 이렇게 에워쌀 수 있기 때문에, 상대 진영에서 지속적으로 볼을 점유하며 상대를 소위 가두고 패기 용이했습니다. 실제로 펩은 농구를 즐겨보고 아이솔레이션 같은 농구 전술에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하는데, 3점 라인 안에서 골문 근처에 블록을 쌓는 상대 수비를 에워싸며 좌우로 공을 스윙시키며 기회를 만들어내는 농구의 전술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상대를 소위 가두고 패기 유리 / 농구의 전개와 유사

 

마무리

오늘은 인버티드 풀백이 만들어진 원리와 그 효과를 알아봤습니다. 풀백이 안으로 움직이며 중원으로 들어오는 동선은 이제 풀백이 갖춰야 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기본 역량이 되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